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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심각한 학교폭력을 일깨워 드라마.

by 담이다 2023. 4. 10.

[더 글로리 포스터의 상징성]

더 글로리는 포스터부터 작품속까지 많은 상징성들을 가지고있다. 먼저 포스터를 살펴보자면 시즌1과 시즌2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시즌1의 상징성은 나팔꽃에 있다. 작품속에서 세명빌라 주인 아주머니가 옥상에 키우는 꽃에 대해 문동은에게 설명해주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때 주인 아주머니는 '꽃이 하늘을 보고 피기때문에 천사의 나팔꽃, 꽃이 바닥을 보고 피기때문에 악마의 나팔꽃'이라고 설명해주는데, 시즌1의 개인 포스터를 보면 각 인물에 나팔꽃이 펴있는걸 볼 수 있다. 문동은, 주여정, 강현남은 하얀 천사의 나팔꽃이펴있고 박연진, 이사라, 최혜정, 송명오는 노란 악마의 나팔꽃이 펴있다. 처음 보았을때 헷갈렸던 부분은 박연진 남편인 하도영이다. 색은 문동은과 같은 흰색이지만 악마의 나팔꽃이 펴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즌1 당시 하도영의 행보에 대해 예측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기도했다. 그리고 시즌2의 개인 포스터에도 상징성을 엿볼 수 있다. 작품속에서 나오는 대사와 꼭 닮아있는 모양이다. '그 모든 순간에 기뻐하던 너의 영혼, 비릿하던 그 눈, 조롱하고 망가뜨리던 그 손, 남의 불행에 크게 웃던 그 입, 남의 고통에 앞장서던 그 발' 하나씩 박연진, 전재준, 이사라, 최혜정, 손명오를 나타내는 말들이다. 그들의 거침없던 행동에 대해 그대로 복수하듯 박연진의 영혼은 부서졌고 전재준은 눈이 멀어 사망하고 이사라는 본인의 손으로 마약을하고 최혜정을 찔러 인생을 망가뜨린다. 그리고 최혜정은 이사라에게 목이 찔려 말할수도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도 못하게 된다. 그들의 최후를 예고한 셈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찾아낸 작품 속 상징성 또한 엿볼 수 있다. 이건 일부러 연출을 한건지 우연히 겹친건진 모르겠지만 나름 찾아보는 재미가 있기에 설명해본다. 하도영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뜯어먹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하도영의 뒤에 '케이준', '눈을감자' 이 두과자가 놓여있다. 이는 시력을 잃고 하도영의 손에서 죽게될 전재준의 모습을 암시하는 듯 하다.

또, 비오는날 문동은의 차를 가로막는 전재준의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의 뒷배경에도 '떨어지면 죽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장면 역시 건설현장에서 떨어져 죽는 전재준의 결말을 암시하는것처럼 보인다. 너무 끼워맞추는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부분이었기에 한번 더 보면서 찾아보길 바란다.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 특유의 언어유희를 통해 각 인물들의 감정선을 제대로 그려낸 드라마다. 로맨스가 대부분이었던 김은숙 작가의 색다른 면을 느낄수있었던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기억에남는 명대사로 무장한 이런 사회비판적인 작품을 더더욱 선보여주셨으면한다.

[결말까지 짜릿한 권선징악]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엔 '악함은 벌 받고 선함은 이긴다'라는 결말이 있다. 결말에 도달하기 전까진 전전긍긍하며 보다가 결국 선함이 이기는 결말을 맞이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홀가분해진다. 더 글로리는 내가 봤던 '권선징악'의 결말 중에서 제일 탄탄하고 완벽한 '권선징악'을 그려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문동은과 묻지 마 살인의 피해자 유족인 주여정의 복수인데, 각각의 복수상대마다 어떤 식으로 풀어냈는지 대표적인 세 인물만 살펴보겠다.

우선, 악의 정점인 박연진이다. 동은의 학창시절 폭력의 주동자였으며 자신이 한 짓에 대해 어떠한 미안함도 없는 오직 자신의 안위만 중요한 인물이다. 동은은 기상캐스터인 박연진의 커리어를 그 어떤 사람도 그 어떤 사랑도 남지않은 연진의 모습을 보기 위해 그녀의 친구들부터 남편, 딸, 엄마까지 모두를 등돌리게 만들어버린다. 그녀의 첫 살인이었던 윤소희의 죽음을 밝혀내고 살인미수로 끝났던 손명오와의 사건도 박연진의 짓으로 꾸며내 자신의 억울함을 끝까지 모른채 감옥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게 만든다. 그런 박연진에게 '나도 억울해. 고작 형벌이라니 신은 내편이 아니었어' 라는 말을 남기지만 문동은이 원했던 박연진의 세상이 온통 본인으로 차있길 바래왔던 모습은 만들어낸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학교폭력을 방관하고 강자의편에서 약자를 짓밟은 동은의 담임이다. 강약약강의 표본이자 비열하고 양심없는 인물이다. 동은이 박연진무리의 이름을 써서 자퇴서를 내던 날, 너는 잘못이없냐는 말도안되는 말을 내뱉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은은 담임의 아들과 같은 대학교대에 입학하여 아들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명예와 주변인의 시선을 중요시하는 아들의 손을 빌려 담임에게 천벌을 내린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절망감을 안겨준 문동은의 엄마다. 동은의 학창시절 박연진엄마에게 돈을 받고 본인의 딸을 버려버린 모성애도 양심도 없는 인물이다. 복수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도 동은의 엄마는 박연진에게 돈을 받고 동은의 직장을 잃게한다. 핏줄이 쉽게 끊어지는게 아니라던 동은의 엄마의 말은 그녀에게로 그대로 돌아간다. 동은은 자신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복수하는데 바로 정신병동에 입원시키는 것이다. 알콜중독, 분노조절장애, 망상장애등을 이유로 입원시켜 그녀로부터 자유를 얻게된다.

한 사람도 놓치지않고 차근차근 복수해나가는 장면은 짜릿하기 그지없다. 어느 누구도 대충 복수하는 법이 없으며 그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장면 또한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권선징악이다.

[모두가 일깨워야할 것]

나는 더 글로리를 보며 처음으로 성악설과 성선설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평소 관심 없던 부분이지만 '인간의 본성은 악한가 선한가'를 논한다면 나는 '악한가'에 한 표를 던지겠다. 나는 잔인한 장면은 눈감고 귀 막고 넘어가는 사람인데, 1-2화에 나오는 학교폭력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라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다시 상상하기도 끔찍한 장면들이었다. 후에 고데기로 몸을 지진 그 장면이 실화였다는 글들을 보고는 성악설에 표를 던졌다. 굴러가는 낙엽에도 웃음이 끊기지 않는 제일 순수한 나이의 학생들이 했다곤 믿을 수 없는 끔찍함이었다. 이유 없이 누군가를 괴롭히며 웃고, 내가 받은 고통을 복수를 통해 해소하는 그 모습들은 본성이 악하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나 또한 내가 문동은의 상황이었다면 내 인생을 걸고라도 복수할 계획을 세울 것이라 생각했고 이 생각은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기에 성악설에 더 가깝다. 

학교폭력은 어느 지역이건 어느 나라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발생하고 있는 일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가 처한 상황이 아니기때문에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에 나만해도 폭력의 존재는 인지하고 있지만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가해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피해자들은 어떤 괴로움을 겪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은숙 작가는 딸의 "엄마 내가 누군가를 때리고 오는 게 더 나아, 누군가에게 맞고 오는 게 더 나아?"라는 질문에 더 글로리를 만들어냈고 그 답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이처럼 당장 우리에게 닥쳐온 일들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에 가해자는 제대로 벌을 받는지 피해자는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았는지 지켜보아야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금은 가해자를 위한 배려와 존중이 너무나도 크게 자리 잡혀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외면하면 안 되고 배려하고 존중해야 할 것은 피해자인데 말이다. 최근에 학교폭력의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등돌림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인터넷이 많이 발달하여 예전보단 '악함'에 대한 처벌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부당하고 사이코스러운 범죄를 막기 위해선 피해자를 위한 목소리를 계속계속 내야 하며 나 또한 외면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