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그 의미]
영화에 대한 소개는 곳곳에 잘 나와 있기 때문에 생략하고, 나는 리틀 포레스트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을 해보았다. 김태리의 대사 중에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처음엔 내가 뿌리내릴 곳을 찾아간다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다시 보고 나니 단순히 뿌리내릴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게 나라는 숲을 만들어간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 "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그 모든 것 타이밍이다."라는 대사처럼 영화 속에선 작물이 자라는 시간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하나의 작물도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모든 과정을 순차적으로 밟아간다. 사람도 똑같다. 나의 모습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작은 숲에 나라는 작물을 심어서 정성으로 키워가야 한다. 그 작은 숲에 심어진 작물들이 열매를 맺으면 비로소 나라는 단단한 사람이 될 것이다.
우리는 너무 바쁘고 조급하게 살아간다. 아직 20대, 30대의 젊고 어린 시간에 시간제한을 걸어 놓은 것처럼 급하게 살아가지 말자.
[리틀 포레스트의 3가지 Point]
리틀포레스트의 첫 번째 Point는 김태리의 먹방이다. 영화 초입에 김태리가 배낭을 메고 눈 덮인 길을 걸어서 집으로 들어간다. 집안에 있는 한 줌의 쌀을 확인하고 김태리는 번뜩이듯 마당으로 나가 얼어있는 배추와 대파를 뽑아온다. 그리고는 빨간 배춧국을 만들어 허겁지겁 먹는데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식사 후에 본 영화인데도 입맛을 다셨던 기억이 있다. 이 장면이 먹방의 시작이었다. 그 뒤에 나오는 수제비, 막걸리, 떡, 밤 조림, 꽃 파스타 등등 자연의 재료들로 만들어가는 장면이 참 신선하고 마음에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두번째 Point는 각 캐릭터들의 대사이다. 한 문장씩만 꼽아보겠다. 혜원(김태리)의 대사인 "배 아파서가 아니라.. 배고파서 왔어", 재하(류준열)의 "이 태풍에도 안 떨어지고 끝까지 버티더라 너랑 다르게", 은숙(진기주)의 "너는 그만두기가 그렇게 쉽냐", 혜원 엄마(문소리)의 "기다려. 기다릴 줄 알아야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이렇게 네 문장이다. 먼저 혜원의 대사를 살펴보겠다. 배고파서 고향에 찾아왔다는 말이 팍팍한 우리의 현실이 떠올라서 기억에 남았다. 배고프다는 말이 열심히 살아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짐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참 씁쓸한 대사다. 재하의 대사와 은숙의 대사는 따끔하다. 혜원은 임용고시에 한번 떨어지고 자존심이 상해 도망치듯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바쁘게 살면서 본인의 인생에 대한 고민을 회피한다. 이런 혜원에게 문제를 직시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대사 같다. 혜원 엄마의 대사는 기다림과 인내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혜원 엄마가 말하는 최고로 맛있는 음식은 끝까지 버티고 기다린 사람에게 찾아오는 달콤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세번째 Point는 영상미이다. 겨울부터 또다시 겨울까지 사계절, 낮과 밤, 맑은 날과 비 오는 날등으로 혜원의 성장을 그려가고 있다. 혜원의 감정선과 함께 고려해서 본다면 더더욱 영화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간간이 나오는 자연의 모습도 힐링의 요소가 된다.
[나의 감상평]
나는 액션과 같은 역동성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처음 포스터를 봤을땐 그냥 조용하고 지루한 영화겠거니 생각했었다. 조용하고 잔잔한 영화는 지루하다는 내 고정관념을 깨고 마음속에 가득 들어찬 영화가 바로 리틀 포레스트이다. 이 영화를 볼 당시에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방황했었다. 리틀 포레스트 속의 인물들도 각자 자신의 삶에 대한 방황과 본인의 길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래서 나에게 큰 위로와 힐링을 안겨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내 머릿속엔 잔잔하지만 단단한 영화로 남아있다. 바쁘고 여유 없는 도시와 상반되어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시골을 그려내서 그런 건지 한동안 귀농을 해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현실은 영화와 다른걸 잘 알고 있다. 시골이던 도시던 먹고살기 바쁘다는 걸 말이다.
지금도 마음에 여유가 없을때 종종 조용히 앉아 이 영화를 본다. 나처럼 혼자 고민이 많거나 뭔가를 이루기 위해 마음이 조급한 사람은 꼭 찾아보고 본인을 제대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식물이 자랄 때 충분한 시간을 거치는 것처럼 우리 또한 충분한 시간을 거쳐 성장하는 것이니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