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인턴,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by 담이다 2023. 4. 11.

[70세 인턴, 그는 누구인가?]

영화 인턴의 주인공인 벤 그는 70세의 한 전화번호부 회사의 사장으로 지냈던 노인이다. 어느 날 한 회사에서 시니어 인턴을 구한다는 구인공고를 보곤 지원하게 된다. 노련하게 면접을 마치고 당당하게 출근한 벤은 2년 만에 쇼핑몰을 엄청나게 키운 열정 넘치는 30세 CEO 줄스의 인턴으로 배정된다. 줄스는 본인의 엄마와도 삐걱대는 사이라 나이 많은 사람은 본인과 맞지 않다는 편견을 가지고 벤을 인턴으로 찾지 않는다. 하지만 벤은 그녀의 옆에서 조금조금씩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벤과 줄스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생긴다. 줄스는 슬그머니 벤을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 요청을 하는데 이때 벤은 줄스의 운전기사가 술을 마시곤 음주운전을 하려는 것을 알아채고 본인이 대신하겠다고 운전기사를 설득한다. 벤을 다른 부서로 옮기는 요청을 마치고 줄스는 벤이 운전하는 차를 타는데, 어느 길이 공장에 더 빨리 도착하냐를 두고 의견이 부딪히지만 벤이 제안한 길이 더 빨리 도착하는 것을 보곤 줄스는 본인이 틀렸음을 인정한다. 벤은 줄스가 공장에서 상품 포장하는 방법에 대해 열정적으로 교육을 하는 것을 보곤 흐뭇해한다. 그 뒤에 줄스가 요청했던 것처럼 벤은 잠깐 다른 부서로 가게 되지만 줄스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벤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달려간다. 이 과정에서 둘은 가까워지고 벤은 줄스가 필요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노련하게 대처하며 그녀의 힘이 되어준다. 이렇게 열정 넘치는 줄스에게도 남들에게 말 못 할 속앓이가 있었는데 바로 남편의 외도다. 그녀는 일찍이 알아차리고 있었지만 티 내지 않고 화목한 가정을 지켜가고 있었다. 하지만 벤이 줄스 남편의 외도를 목격해 버렸고, 줄스는 벤을 의지하다 결국 벤에게 털어놓게 된다. 줄스의 남편은 줄스의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보곤 유능함으로 인정받던 직장을 그만두고 줄스를 위한 육아와 내조를 선택했었다. 줄스의 주부들에게 흔히 오는 우울감을 느끼고 줄스의 회사가 커질수록 부부의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다른 학부모와 외도라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된 것이었다. 줄스는 그 모든 게 본인의 잘못은 아닌가 자책을 하였고, 줄곧 거절해 왔던 전문경영인을 앉히자는 회사 동료의 제안을 받아들이려 마음을 먹고는 슬퍼한다. 이 모습을 본 벤은 지혜롭게 그들이 처한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뼈 있는 조언과 응원을 건네었다. 줄스는 벤의 응원에 힘입어 본인이 스스로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결심하고 줄스의 남편 또한 자신의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 줄스에게 진심을 건넨다.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벤은 휴가를 내고 하루정도 평화로웠던 본인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따뜻한'영화인 이유]

'인턴'은 참 에너지와 생동감이 있지만 따뜻한 영화다. 글을 쓰는 지금도 몇 가지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가면서 흐뭇한 미소가 띠어지는데, 이런 몽글몽글함이 피어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부분 두 가지를 꼽아보자면 이렇다.

우선, '늙음=도태'가 아니라는 걸 완벽히 그려낸 영화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인턴'으로 입사하는 '벤'은 70세의 노년남성이다. 우리는 대게 60세 즈음이 되면 도전정신이 아닌 먹고살고자 하는 걱정이 앞서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일하고 있던 직장에서의 퇴직, 앞으로 남은 인생에 대한 금전적인 걱정,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문물들과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시대에 대한 적응에도 정신이 없는 나이. 하지만 벤은 늘 자기의 패턴대로 조급해하지 않고 세상을 대하는 인물이다. 입사 후 맥북이라던가 페이스북 등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배우고 연습하는 가운데 옛 서류가방, 만년필, 정장차림 등 본인이 살아온 시간도 지켜가는 그의 태도는 나이가 들어도 더욱 빛날 수 있다는 모습을 충분히 그려내고 있다.

다음이유는, 멋진 노년의 올바른 예시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벤은 아내와 사별하고 다니던 회사에서도 퇴직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젊은 열정을 가진 이들에게 본인의 경험만 옳다고 고집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그들의 모습에 더했으면 좋을 것들, 그들이 필요한 때에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 주는 것 그리고 늘 응원과 위로를 위한 마음을 선뜻 내는 모습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마치 따뜻한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의 모습처럼 말이다. 이처럼 노년에도 쉼 없이 배울 자세를 유지하면서 타인의 시대와 삶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그 모습을 보고 참 멋진 노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점들이 인턴이라는 영화를 따뜻하게 만들어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참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한 군데 따뜻하지 않은 장면이 없었던 그런 영화였다.

[인턴 그 후, 마음의 온도 38도]

인턴을 보고 난 후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소위 '꼰대'와 'MZ세대'라는 단어로 나뉘어 세대의 정의가 내려지는 현재가 참 안타까웠다. 급격한 시대변화에 따른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너무 옛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상과 너무 옛것은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상의 부딪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지금을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 고민할 때가 많다. 이 작품 속에서는 비록 초반부엔 서로에 대해 이해를 어려워하고 다가가기 낯설어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서로가 필요함을 받아들이며 의지하는 모습이 나온다. 현실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지난 세대에게선 풍부한 경험과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던 노하우와 지혜를. 신세대에게선 새로운 것에 금방 적응하는 힘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을 받아들여 화합만 이루어진다면 더 높은 어떤 것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럼으로써 영화 인턴처럼 부당했던 관습과 대우가 사라지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또 새로웠던 한 가지는 시니어프로그램. 바로 노인채용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인인구가 급증하며 노년도 할 수 있는 일들이 필요해졌다. 현실에선 보통 경비원이나 청소 등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30세 CEO가 운영하는 젊은 기업에 노인 인턴이라니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잘 운용한다면 영화 인턴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디에선가 영화 인턴을 '지혜와 열정사이'라고 표현한 걸 봤는데 저 사이의 온도조절을 통해 세대끼리 교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당장의 나부터 실천하기 위해 오늘 회사 부장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웃는 시간을 가졌다. 조금은 다른 유머감각을 가지셨지만 그분도 젊은이들과 친해지는 게 내심 재미있어하는 눈치였다. 여러분들도 마음을 열고 다른 세대에 한 발짝 다가가보길 바란다.